⠀ 겹겹 인연이다. 학교 후배로서, 인터뷰어로서, 강연 청자로서, 그리고 오랜 독자로서 시인 정호승을 만났다. 그의 시집, 시선집이 몇 권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내 책장에 가득 ‘고여’있다. ⠀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읽으며, 시의 나이듦을 생각했다. 완숙한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낡고 빛 바래져 가는 덧없음이랄까. 평론가 이상혁은 ‘사라질 때까지 사랑하기’라고 평했고, 시인 박준은 시인의 시간을 ‘기다림’이라 말했다. ⠀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렵다. 자기반성적, 관조적, 다소 종교적이며 생명에 귀의하는… 나이듦의 무상한 '-적인' 것들이 계속 떠올라 불편했다. 그리고 하나, 둘 결별한 작가들을 떠올려보았다. ⠀ 시와 시인을 대하는 내 태도에 어떤 편견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? 여러 번 자문했던 시읽기..